++ 창원시 김달진문학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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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김달진문학관
Subject   [곧은소리]위기의 노름 공화국 - 2006년 10월 2일
대형화면에 펼쳐진 바다에 갑자기 어둠이 깃든다. 상어가 꼬리지느러미를 힘차게 흔들며 나타나자 물고기들이 재빨리 짝을 맞추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기다린다. 고래가 나타날 것이다. 고래가 느리게 지나가는 동안 잭팟이 터질 것이다. 고래 세 마리가 나란히 나오면 배팅액의 최고 250배까지 받을 수 있다. "자 떠나자 고래 잡으러"

1975년 '바보들의 행진'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그 영화의 삽입곡인 '고래사냥'의 일절을 우리는 기억한다. "술마시고 노래하고 춤을 춰 봐도 보이는 건 하나 가득 슬픔뿐이네. 무엇을 할 것인가 둘러보아도 보이는 건 모두가 돌아앉았네." 독재와 폭압 아래 좌절과 분노와 절망이 온누리에 자욱한 연기가 되어 참으로 맵고도 매운 시절이었다. 허허로운 허공에 고래고함으로 외치던 "자 떠나자 고래 잡으러"는 그야말로 막막하기에 이상향이 너무도 그리워서 외치던 절규 그 자체였다.
그런데 그 고래가 골목골목마다 '바다이야기'라는 성인오락기에 나타났다. 그리고 전국을 뒤흔드는 광풍으로 차마 눈뜨지 못할 정도로 휘몰아쳤다.

작금의 현상을 바라보면서 '바다이야기'의 고래와 '고래사냥'의 고래가 막막한 세상을 떠도는 모습에서 너무도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고래사냥'의 고래가 무기력한 자신에 대한 우울함에서 비롯된 은유라고 한다면, '바다이야기'의 고래는 후기자본주의가 배태한 환상의 너울을 쓴 무기력함 그 자체의 은유라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 경쟁논리만 지배하는 삶

놀이의 형태로서 도박은 인간의 역사와 함께 해왔다. 그리고 노름이 일정한 사회 체제와 밀접한 관련성을 갖고 있지 않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후기자본주의가 공정한 경쟁과 생산적인 경쟁만이 가치로운 것으로 치닫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경쟁 논리만이 지배하는 삶 속에서 우리들이 지녀야 할 덕목은 오로지 악착같이 사는 길 뿐이다. 훗날을 대비하여 절약해야 하고 가능하면 돈을 많이 모아두어야 한다. 돈을 많이 모으거나 그렇지 못하는가는 오로지 능력의 문제이다. 후기자본주의가 굴러가는 시스템은 사유와 행동의 합리성에 기초하고 있다.

모든 것이 합리적으로 관리되는 사회에서 무능력한 사람은 배척당하고 멸시당할 뿐 아니라 비난받아도 마땅한 것이 된다. 무기력한 체념만이 가득한 이들을 '되는대로 살고 그날그날 사는 사람'이라고 한다.

도박은 그들에게 있어 한 순간에 모든 것을 획득할 수 있는 부의 환상이다. 부는 차별과 멸시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통로이며 황홀하게 다가서는 자기도취 그 자체이다. 제도적 차원의 주식 투기이거나 제도권 변두리의 노름이거나 그 꼴은 같다. 경우에 따라서 능숙한 솜씨이며 탁월한 선견지명이 될 수 있지만 대체적으로 우연에 기대는 것이다.

- 사생결단의 전쟁터

노름하는 자는 자기의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적이 없다. 모든 것은 주사위 탓이고 룰렛, 파친코, 화투, 트럼프 탓이며 그것들에 속았다는 생각만이 가득하다.

돈을 잃는 것도 잃는 것이지만 문제는 매사에 있어 책임회피와 신경질만이 가득하는 정신의 황폐화에까지 이른다는 것이다. 덫인 줄 알면서도 덫을 빠져나오지 못하는 삶의 혼수상태, 그것이 노름이다. 더욱이 가관인 것은 노름 자체를 거대자본으로 여기고 노름 공화국을 만드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파친코의 최전성기에 연간 국민소득의 12%가, 미국의 경우 매년 라스베가스를 찾는 관광객이 흘리고 간 달러가 네바다 주 예산의 40%에 육박하는 데에 이르면 노름은 단순한 개인적 취향 혹은 꾼의 차원을 넘어서 거대 자본의 은신처가 되는 셈이다.

폐쇄된 회로에서 돌고 도는 판돈에 죽어나는 것은 돈 없는 자들뿐이다. 부자에게 있어 노름은 스트레스를 푸는 여가가 될 수 있다고 강변하겠으나 가난한 이에게 있어 노름은 그야말로 사생결단의 전장과 같다.

반드시 총을 들어야 전쟁을 치르는 것이 아니다. 돈에 죽고 돈에 사는 세상에 인간은 없다. 인간이 없는 곳에 나라도 없다.

/이성모(문학평론가 마산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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