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원시 김달진문학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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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김달진문학관
Subject   [경남도민일보] 시인 백석이 걸었을 창원 길
칼럼
  
[곧은소리]시인 백석이 걸었을 창원 길  


시인 백석은 1936년 3월 5일부터 3월 8일까지 조선일보에 ‘창원도’ ‘통영’ ‘고성가도’ ‘삼천포’라는 시를 발표하였다. ‘창원도’는 남행시초라는 딸린 제목을 달아 쓴 연작시의 첫머리에 놓이는 작품이다. 시의 전문은 다음과 같다.

“솔포기에 숨었다 / 토끼나 꿩을 놀래주고 싶은 산허리의 길은 // 엎데서 따스하니 손 녹히고 싶은 길이다 // 개 더리고 호이호이 회파람 불며 / 시름 놓고 가고 싶은 길이다 // 괴나리 봇짐 벗고 땃불 놓고 앉어 / 담배 한대 피우고 싶은 길이다 //승냥이 줄레줄레 달고 가며 / 덕신덕신 이야기하고 싶은 길이다 // 더꺼머리총각은 정든 님 업고 오고 싶은 길이다.” 산허리의 길이 솔포기에 숨어있는데 이는 그 길이란 것이 토끼나 꿩을 놀래주고 싶어서이다. 참으로 천연스러움 그 자체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천연스러움은 그 길에 엎드려 따스하게 손 녹이고 싶은, 이른바 순연한 마음을 불러일으킨다. 상상해보라, 시린 마음을 가진 나그네가 가는 길이 언제나 시린 마음을 녹일 수 있는 따뜻한 길이라면 그 길은 애당초 외로운 길이 아니다.

그래서 그 길은 “개 데리고 호이호이 휘파람 불며 시름 놓고 가는” 상쾌한 길이다. 때로는 온갖 시름이 어깨를 짓누르는 괴나리봇짐 벗어놓고 길 어디라도 화톳불을 놓아 둥기둥기 모여 앉아 세상의 고된 이야기와 사람살이의 도타운 정도 나눌 수 있고, 담배 한 대 피우며 가슴에 찬 속앓이도 시원하게 뿜어 볼 터이다.

자연과 어울려 사는 사람의 길

심지어 붉은 색을 띤 회갈색 몸빛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성질이 사납기로 소문난 승냥이마저 “줄레줄레 달고 가며 덕신덕신” 정겨운 이야기를 나누는 따뜻한 길이다. 그리고 장가 못간 “떠꺼머리 총각이 정든 임 업고 오고” 싶을 정도로 달떠 있는 정겨움과 그리움으로 가득한 길이 시 ‘창원도’의 길이다.

백석이 찾았을 당시 창원은 진해, 웅천 2군과 김해 대산면, 진주 양전면, 칠원 구산면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넓디넓은 벌이었다. 갈래갈래 산허리도 많았을 것이고 굽이굽이 산등성이를 넘었을 것이다.

백석 시에 있어 ‘길’이 갖는 의미가 남다르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일이다. 이는 마치 “원래 땅위에 길이란 것은 없었다. 걸어 다니는 사람이 많으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魯迅, ‘故鄕’)와도 같다.

길을 가면서 만나는 온갖 사물과 쉬어 깃든 곳에 함께 하는 사람, 혹은 사람들의 살림살이와 풍물적 관습이 백석 초기 시의 주된 정조이다. 이는 길을 걸으며 산, 들, 강, 바다를 단순히 건너다보는 경의 세계도 아니며, 탁 트인 풍광을 노래하는 것은 더욱 아닐 뿐 아니라, 때깔 좋은 물색을 찾는 것과는 그 품격이 다른 세계이다. 그가 말하는 것은 ‘자연의 자연으로 살고 있는 사람’이다. 아울러 풍물적 관습을 순연히 따르고 사는 사람들에 의해 적층된 이야기 그 자체가 시가 되는 세계에 그는 살고 있었다.

재개발로 이젠 정겨움도 사라져

일제강점기 폭압적 지배 논리 앞에 사람과 사물, 심지어 승냥이마저 순연한 마음으로 낙락하게 서로 화합하고 회통하는 모습, 상하 주종의 관계가 없고, 배타와 단절의 횡적 충돌이 없으며, 편견과 획일이 없어 화평한 우리 민족 삶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길에 그가 만난 것은 누구의 부림도 받지 않고 ‘스스로 그렇게 되어’(自然而然) 천지만물과 더불어, 혹은 누대에 걸쳐 내려오는 아름다운 풍속을 쫓으므로 이른바 “행하지 않는 것이 없게 되는”(無不爲) 천연스러움 그 자체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그려내었다.

백석시의 나라, 그 나라는 마치 “작은 크기의 나라, 적은 수의 백성만이 있는(小國寡民), 아주 조그마한 이상향”(김충렬,<동양사상산고2>)과도 같다. 그 나라 사람들은 “그저 마을 사람끼리 오순도순 네 것 내 것을 엄격히 가릴 것 없이 그야말로 두루뭉술 어수룩하게”(김충렬, 앞의 책)살아간다.

그러나 오늘날 백석이 걸었던 창원길은 없다. 산허리마다 재개발이라는 명분 아래 앞다투어 새로 짓는 것은 아파트뿐이며, 이제 사람들은 길을 따라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지 않는다. 그럴수록 더더욱 백석의 시 ‘창원도’를 빗돌로 새겨 잃어버려서는 안 될 우리 삶의 정체성을 새록새록 떠올리게 하는 길이 없는지 지방자치단체장에게 묻고 싶다.

/이성모(문학평론가 마산대교수)


2006년 07월 03일

출처 http://www.idomin.com/news/read.php?idxno=19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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