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원시 김달진문학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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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김달진문학관
Subject   [경남도민일보] 사이좋게 나란히
칼럼    

[곧은소리]사이좋게 나란히  


박지원의 ‘燕巖集(연암집)’을 다시 읽는다. 호쾌하고 담대하게 앞서나간 세계관과 치열한 현실 감각으로 솔직한 심경을 드러낸 역사의식 앞에 나는 진실로 머리를 조아려 연암을 우러러본다.

주자주의와 대척이라고 해서 그를 반골적인 사상가로 본다면 연암이 지닌 큰 뜻을 모르는 일이다. 연암이야말로 요즈음 이야기로 휴머니즘에 바탕을 둔 오픈마인드를 실천한 선각자이다. 사회 문화 전반에 걸친 사상의 흐름에 있어 당대 가치 체계로 보아 혁신적이었으나 궁극적으로는 편벽되지 않은 성정과 조화를 설파했다.

“道(도)는 어디에 있는가? 公(공)에 있다. 공은 어디에 있는가? 空(공)에 있다. 공은 어디에 있는가? 行(행)에 있다. 행은 어디에 있는가 ? 至(지)에 있다. 지는 어디에 있는가? 止(지)에 있다. 지는 어디에 있는가? 平(평)에 있다. 평은 어디에 있는가? 正(정)에 있다. 정은 어디에 있는가? 中(중)에 있다.” (‘연암집’ 권 2, ‘答任亨五論原道書’)

길게 따온 이 글을 순환논법으로 거슬러 되새겨 본다. ‘中(중)’은 양 극단의 둘에게 있어 서로 여의지도 않고 즉하지도 않는 이른바 ‘사이(間)’를 인식함에서 출발한다.

자신의 생각에 빠져 남을 더럽게 여겨 욕하는 바가 없기 때문에 그의 입각점은 늘 바르다(正). 바르기 때문에 마음속에 분변을 두는 법이 없어 자신이 보고 듣고 하는 것에 마음이 쏠려 고집하지 않는 평상심 그 자체를 스스로의 성정으로 삼을 수 있는 것이다.

연암, 편벽되지 않은 성정 ‘교훈’

이러한 성정을 몸소 알게 된 것은 일체의 욕망으로 온갖 외물이 불러일으키는 “지나침이란 모자람만 못하다”는 것을 인식하여 제 스스로 그쳤기 때문이다.

그침을 깨달은 것은 자신이 다다른 곳과 머무른 자리에 이르게 된 것을 알게 된 것이어서 이른바 정처 없이 떠도는 것이 아니라, 정처를 알아 자신의 꼴과 마음을 온전하게 갖추어야 함을 깨달은 것이다.

설령 깨달았다 하더라도 실제로 몸소 행함에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자기만의 견해와 판단을 앞세우는 일이다.

남에게 대해 굳세다거나 여리다거나, 충실하다거나 게으르다거나, 꾸민 데가 없이 수수하다거나 얄팍하다거나 하는 모든 선입견을 버림은 물론 더 나아가 자신에게마저 여하간의 뜻매김이 없는 자리에 서서야 비로소 空(공)에 있을 수 있으며, 그런 그가 세상에 나아가 펼치는 모든 것은 만인에 의한 만인을 위한 만인의 公(공)이 된다.

공을 체득해 몸소 실천한 이들이야말로 세상의 진리가 엄존하고 있음을 밝혀 일으킨 사람들이다.

사실 길고도 변변찮은 앞의 설명은 차라리 연암을 욕되게 하는 일이다. 그럼에도 위의 글을 말하는 까닭은 오로지 본인의 무지함을 온누리에 들내기 위함이며, 어쩌면 아직까지 치사하고 졸렬하게 살고 있을 나 자신을 비롯한 먹물께나 먹었다고 뽐내는 사람에 대해 경계로 삼기 위함에 있다.

‘사이’ 를 잃어 버린 것 ‘큰 잘못’

본인은 지난 10년간 지역문단 경계의 말석에서 연암 박지원 사고의 단초를 이루는 ‘사이(間)’에 눈길조차 두지 않았다.

이러저러한 일을 보고 듣고 참견함에 있어 스스로의 진정성에 이르지도 못하면서 때로 남들의 진정성에 시비를 걸고 세치의 혀로 농단하였다. 자신의 펜촉이 무딘 줄도 모르면서 남들의 펜촉을 타매하였다. 급기야 나와 내 안의 사이, 그 엄청난 괴리감이 자괴감으로 되돌아와 내 가슴에 꽂혔다.

지역문단의 지배 담론을 넘어서야 한다는 것, 지역문학의 독자성과 정체성과 문학 실천의 진정성은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 역시 지금도 변함이 없다.

‘우리’를 앞세워 ‘우리’에 가두는 섣부른 공존, 혹은 편견 역시 지양되어야 한다는 점에도 여전히 같은 생각이다. 그러나 ‘사이’를 생각하지 않았기에 ‘사이’를 잃어버린 것이야말로 내 인생의 가장 큰 잘못이라는 것. 그 잘못에 종지부를 찍는다.

아울러 아직도 치사하고 졸렬하게 살고 있을 먹물께나 든 이들에게 아직도 ‘사이’를 깔보거나 업신여겨 ‘사이’에서 살아남는 것은 물론 자신에게나마 살아남을 수 있는지 묻고 싶다.

/이성모(문학평론가 ∙ 마산대교수)


2006년 07월 24일

출처 http://www.idomin.com/news/read.php?idxno=192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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