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달진문학관 ++

    


 Total 209articles, Now page is 1 / 11pages
View Article     
Name   김달진문학관
Subject   제20회 월하전국백일장 수상작, 수상소감, 심사평
제26회 김달진문학제 기념,
제20회 월하전국백일장 공모 수상작, 수상소감, 심사평

초등학교부 / 대상

엄마
                                              
                          이온유 (진해장천초등학교 6학년 8반)


하늘은 내 아이가 탐났나봐요
그래서 천사가 하늘 동산 구경시켜주려고
데려갔어요
오늘따라 별이 반짝거리네요
언젠간 하늘에서 내려와 더 행복하게 살다 가겠죠?
                  

수상소감 /

저는 진해에 사는 초등학교 6학년 이온유입니다. 백일장에 참여한 지 한 달도 더 되어서 잊고 있었는데 상을 받을 줄 몰랐습니다. 갑자기 대상을 받아서 기분이 매우 아주 많이 좋습니다, ‘필통’은 생각나는 것이 없어서 막 지은 것이고,  ‘팔레트’는 6.25전쟁 영화인 <장사리>가 떠올라 전쟁이란 언젠가는 끝이 나지만 참혹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고, ‘엄마’는 부모를 잃은 아이의 공익광고를 보고 지은 것입니다. 왜 부모가 아이를 잃은 시를 지었냐 하면 부모를 잃은 아이는 ‘고아’라고 표현하지만, 자식을 잃은 부모는 아직 호칭이 없는 것이 이것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과 슬픔이구나라고 생각해서 지은 시인데 그 때 떠오른 슬픈 느낌이 잘 표현 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다시 보니까 고칠 것이 많아서 다음에 시 대회를 나간다면 또 다른 주제의 시로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초등학교부 / 금상

수박씨 하나
                                            
                            박정은(전주문학초등학교 1학년 3반)

수박씨를
까만 점처럼
도화지에 붙이면
수박씨는
나무의 열매가 됩니다.

수박씨를
까만 점처럼
도화지에 붙이면
수박씨는
개미도 되고,
꽃씨도 됩니다.

수상소감 /

학교에 갔다오니까 엄마가 나한테 상을 받는다고 했다.
학교에 들어와서 처음 받는 상이다.
시를 쓸 때는 어려웠는데 상을 받으니 기분이 좋다.
다음에는 대상을 받고 싶다.


중학교부 / 대상

어머니
                                                            
                                      김도윤 (율곡중학교 3학년 4반)


오랜 세월 풍파에
부딪히며 깎인 저 돌

폭포도
돌의 머리카락을 보고 슬퍼하고

산도
돌의 손톱을 보고 슬퍼하고

바다도
돌의 발톱을 보고 슬퍼한다

오랜 세월의 고단함과
그 자리를 지켜온 굳건함을 보여주는 듯

돌의 피부는
단단한만큼 슬프다

수상소감 /

먼저 상을 받게 되어 기쁘고 감사한 마음이 큽니다. 저에게 있어서 시란 그저 어떤 주제를 갖고 글을 쓰는 것이 아닌 저의 정신적 성장을 위한 한 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를 통해 저는 사물을 깊이 있게 보는 관점을 배울 수 있었고 마음속의 생각들을 글로 적을 수 있는 방법 또한 배울 수 있었습니다. 대상이라는 큰 상을 주셔서 많이 당황스럽고 저에게는 과분하다고 생각하지만 시에 대한 이런 저만의 배움이 있었기에 이 상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대상이라는 것에 거만해지지 않고 앞으로 시를 통해 더 많은 깨달음을 얻으면서 제 글을 읽는 모두의 마음에 잔잔한 파동을 일으키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중학교부 / 금상


정류장
                                                    
                                정해린(강릉관동중학교 3학년 6반)  

나는 버스 정류장

바쁘게 돌아가는
하루의 중심에 선 채
오지 않을 버스만 하염없이 그려보는
나는 기다리는 정류장

수많은 약속들에
잠식되어 가는 사람들 속
날 찾아줄 버스만을 간절히 바라는
나는 외로운 정류장

떠나간 버스의
사라져가는 자취를 좇아
홀로 남겨짐을 애써 잊어보려 하는
나는 위태로운 정류장

나는 버스 정류장
그 누구라도 좋으니
단 한 사람의 종착역이고 싶은
나는, 그저 정류장


수상소감 /

안녕하세요. 제20회 월하전국백일장 금상을 수상하게 된 정해린입니다. 먼저 제게 이렇게 의미있는 상을 주심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시는 많은 문학의 종류 중 제가 가장 흥미있어 하는 장르인 동시에, 제가 전하고 싶은 말들을 짧은 글 속에 모두 담아내어야 하여 가장 어려움을 느끼는 장르이기도 합니다. '정류장', '추억', '안개'라는 제목의 이 작품들은 이런 제게 시를 쓰는 것에 대해 용기를 심어준 작품이자 저의 발전에 있어서 새로운 출발점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많이 미흡한 저의 작품에 이렇듯 과분한 상을 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고등학교부 / 대상


장미의 발목
                                  

                     강난영(제주삼성여자고등학교 3학년 1반)  



여름이 불어나고 있었다
몸집을 부풀리는 여름에 휩쓸려간 할머니의 밭
나는 처마에서 몸을 던지는 물방울을 손바닥으로 받아내고 있었다
빠르게 물이 고인 손금은 빠르게 넘쳤다
장맛비에 휩쓸려간 할머니의 밭처럼
자꾸만 시골로 떠밀려오는 나처럼

장마는 흐름을 만들어냈다
일주일 내내 내린 비에 걸어가는 길목마다
손금처럼 자라나는 뿌리만이 넓게 퍼져있었다

침수된 밭으로 가는 내내 발목을 먹혔다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것들은 그냥 내어주기로 했다
앞으로 몇 번을 더 내어줘야 할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그건 밭에 닿기 위한 과정이었고
원래 간절한 쪽은 다 내어주기 마련이니까

기억은 기억해내지 않으면 사라져서
나는 자꾸만 침수된 마음에 대해 생각했다
어린 마음이 가망 없는 것들만 쫓는 이유는
돌아가고 싶은 기억이 언제나 멀리 있기 때문이었다

어디에도 닿지 못하고 발을 절며 돌아오는 날에는
초연한 할머니의 표정을 바라보는 게 미안해서
흙길이 뱉어낸 몸의 골목을 감추기 바빴다
여름마다 내려오는 내게 익숙하게 선풍기 바람을 내어주고,
젖은 베갯잇을 모른 척해주며 머리를 쓸어내리는 손길이
떠밀려온 날 유일하게 넘치지 않게 해줬는데
장마는 끝나지 않았다

떠밀려간 것은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진흙 길을 따라 걷게 되는 여름
장맛비에 흐려지는 기억들을
굽은 할머니의 등에게 자꾸만 중얼거렸다


수상소감 /

‘버리고 싶은 것이 있어서 버리기 위해 쓴다. 쓰게 되면 버릴 것들이 생기니까. 나의 사랑하는 자여, 나는 사랑해서 너를 썼나. 너를 쓰고 사랑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나.’ 이 문장은 제가 좋아하는 홍지호 시인님의 ‘일요일’이라는 시 속 문장입니다. 저는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사람이었고, 그만큼 응어리져 할 수 없던 말이 많은 사람이어서 비워내기 위해 시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이유에서 시를 쓰기 시작했기에 이런 상을 받게 됐다는 사실이 처음에는 마냥 기쁘다기보다는 조금은 얼떨떨하고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아직 부족하고, 배울 게 많은 제가 이런 상을 받아도 되는 것일지 끊임없이 의심했습니다. 그렇기에 시를 쓰며 스스로에 대한 의심이 너무 깊어져 혼자 밤거리에 내몰린 사람처럼 방황하던 날마다 옆에서 함께 걸어준 채민, 선우, 하연에게 더욱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제게 과분한 상을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찾아오겠지만, 저와 제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올리며 계속해서 시를 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고등학교부 / 금상


十                
                                                        
                            김윤지(안양예술고등학교 3학년 8반)



10월을 시월이라 읽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옆집에 사는 미취학 아동은 시월을 세월이라 읽었다
이건 시월이야 세월로 보이니, 하고 물으면
아빠가 보는 뉴스는 매일 세월, 세월하는데 세월이 지나도 세월, 세월하는데
아빠는 세월, 세월하는 순간에도 세월이 간다고 말했는데
아이는 입술도 맞부딪치지 않는 단어만 계속 뱉어냈다
아이의 목에는 십자가 모양의 참이 달린 목걸이가 짤랑였다
시월이 오려면 멀었는데 그러려면 세월이 가야 하는데
너무 일찍 시월을 가르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을의 빈 공터에는 십 년째 방주를 만드는 남자가 있었다
올해 십월이면 방주가 완성될 거야, 남자는 틀린 발음에 유난히 힘을 줬다
저 방주는 영원히 완성되지 못할 것이다
십월은 분명히 존재하지 않으니까
남자가 잃어버린 수많은 시월과 세월은 방주 안에 있다
못이 채 박히지 않아 방주는 틈이 많았고 틈틈이 무너질 준비를 했다

시월이 오기도 전에 장마가 왔다
그칠 기미 없는 빗물은 방주의 틈을 제치고 들어찼다
방주는 부력이 없었다 조금도 떠오르지 못했다
남자는 방주를 버리고 도망쳤다 어디로 사라졌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공터에는 빙산의 일각처럼 나무 갑판 몇 개가 둥둥 떠다니기만 했다
그 아래엔 분명 탈출하지 못한 시월과 세월들이 존재했다

아이는 제 목걸이를 쥐고 기도를 했다
하늘에 계시는 우리 아버지가 도와주실 거야, 그러자
교회 건물 위에 자리한 십자가에 빨간 조명이 켜졌다
빗물에 갇힌 세월들도 도와주실까, 묻자
아이는 물속에서도 기도의 전파는 잡힌다고 답했다

시월은 시월이라고 불러주는 사람이 없어 찾아오지 못한 걸까
아이의 아버지는 시월, 시월하는 순간에도 시월이 간다고 했다
십월, 십월 외던 남자는 그토록 찾던 십월 오기도 전에 사라지고
틈 사이로 틈틈이 무너지는 방주 속에는 여전히도
발음되지 못하는 시월이 일렁인다


수상소감 /

저의 글이 누군가에게 무기로 다가오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런 마음으로 시를 씁니다. 글은 천천히 곱씹을 수 있는 예술이라는 것을 알기에 하나의 시를 퇴고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시를 올려놓고 아무것도 고치지 못한 날들이 더 많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날이 선 단어들을 다듬는 그 오랜 과정을 사랑했습니다. 좋은 시보다는 누구에게도 위협이 가지 않는 시를 쓰기 위한 저의 작은 노력을 믿어주신 대회 측에 감사드립니다. 형용할 수 없는 사랑을 가르쳐주신 부모님과 시를 북받쳐 사랑하게 해주신 이지호‧라유경 선생님, 그리고 서로의 작품을 한없이 애정해주는 친구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시에서는 오지 못한 시월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 순간만큼은 오늘의 소쿠리를 비워내시는 분들의 언 손과 기념품 대신 가림막이 세워진 아이들의 책상을 기억해주셨으면 합니다.


대학·일반부 / 대상


메타버스                                                      


                                                                           이준수



오늘도 세계의 방문은 수천 번 열리고 수천 번 닫히며 아물어간다. 책상 앞 포스트잇의 알록달록, 뜬금없다. 팔다리를 배치하는 너. 하필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가 바뀌는 줄도 모르고 가방에서 공책을 꺼내는 사람, 어디서든 책장을 펼치고 들어가는 사람…… 구식 타자기처럼 작동한대, 눈동자는. 이제 덮어야지? 일상에서 한, 두 개씩 흘리는 속눈썹 때문에 꼭 거울을 보게 된다. 기억 속 사람을 우연히 은행에서 만나면 깨닫는다. 오래전 원색 셔츠를 빛드는 베란다에 내놓았던 것을. 말할 줄 아는 누구에게든 전화를 돌리는 저녁. 스크롤을 내려 갤러리의 아래, 아래에는 다른 맥락을 가지는 그네가 있다. 아이 다섯을 낳고도 갈라서는 사람들이 있고. 기억의 셔터는 심장 박동이라는 생각이 들면, 나는 이렇게 큰 손과 큰 발을 가진다. 어제 아이를 품에 안은 사람은 단층처럼 몸속 태엽이 어긋나고. 오늘 나는 천천히 진입하고 싶다, 결혼식이나 장례식처럼. 그 사람이 몸속 뿌리내린 비밀을 캐낸다면 너는 실어증에 걸린다.


수상소감 /

부족한 글을 좋게 봐주신 심사위원님들께 감사합니다. 몇 년 전, 운 좋게 문학 할 기회를 얻었지만, 최근에야 책상 앞이 얼마나 제게 낯선 시간이었는지 깨달았습니다.

특히 지난 1년간, 그것들이 제 삶에서 아주 멀어지고 나서야, 그리고 지난 10년 동안, 내 삶에서 내가 방치되고 나서야, 내가 얼마나 굶주리고 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당선된 글 일부는 만진 적 없는 누군가를 생각하며 썼습니다. 비록 부실하고, 초점은 온전히 맞지 않았지만, 앞으로 몇 번 더 그 사람을 위해 글이 태어날 것 같습니다.

적어도 이번에는, 저를 지난 1년간 움직여줬던 애인들에게 감사합니다.

# 저의 거의 유일한 독자 예지 누나, 준석이 형 고마워요.


대학·일반부 / 금상

모래가 모르는 시간                          
                                      
                                                                           김도경


아이는 모래 위에서 놀고 있다
아이는 혼자인 것을 좋아할 때가 있고
혼자인 것을 싫어할 때가 있다

오늘은 혼자인 것을 좋아할 때인지 표정이 밝다
나는 아이의 바깥에 있다

모래에는 발자국이 남겨져 있고 발자국 위에 사람들이 선명해진다 나는 여전히 바깥을 지키는 사람
바깥에 의존하는 사람
아이는 점점 모래 안으로 들어간다
모래 위의 사람들은 모두 나를 응시하고
내 이목구비와 닮아지고
시간의 순서대로 서 있다

아이는 모래 안의 세계에서 축제를 벌이는 지도 모른다 나는 수영을 하듯 점프를 뛰고
그 안으로 들어간다
사람들은 모래 위에서 나를 여전히 응시하고
나는 이제 내면에 존재하는 사람이다
아이를 찾고 있습니다
제 허리만 한 아이를 찾고 있습니다
모래가 물처럼 묽어진다 진흙일지도 모른다 이 안에 사람들은 나를 반기지 않고 나는 내면에 있지만 이방인인 사람
작은 발자국을 찾습니다

아이, 아이 왜 이렇게 집착하는지 모르게 모래 위의 사람들은 내가 죽기를 기다린다 내가 죽으면
그들은 내 바깥을 이루겠지
유언처럼
진흙에서 지워지겠지
몰려드는 피라미들
그 안에 아이가 있었다

내 몸은 진흙에서 흩어진다 나는 잊혀진다 나는 내면을 이루는 사람
내면을 헤매는 사람
아이가 기적이라고 믿는 사람
내일은 자연스럽게 찾아온다 그 안에 아이가 있었다


수상소감 /

우선 부족한 시이지만 제 시에 기회를 주신 심사위원분들께 감사드린다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에게 시는 사랑에 대한 기록이었습니다. 어린 시절 제가 누릴 수 있었던 당연한 사랑부터 성인이 되어서 누렸던 사랑까지 모든 영역이 저의 시가 되었습니다. 저는 어린 아이의 슬픔에 유독 예민하였습니다. 아이가 선택할 수 없는 슬픔에 대하여, 아이가 좌우할 수 없는 운명에 대하여 어른인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합니다. 시를 쓰는 저이기에 시로 그 서사를 담아냅니다. 시로서 아이가 됩니다. 시로서 슬픔에 다가갑니다. 저는 아이였던 적이 있습니다. 우리는 아이였던 적이 있습니다. 아이였던 기억이 있기에 공감할 수 있는 서사가 있습니다. 겪지 않아도 될 슬픔에 대하여, 아이가 어른을 이해할 수밖에 없는 순간에 대하여 모든 것이 잘못 되었음을 느낍니다. 그리고 새로운 정립과 새로운 서사가 필요함을 느낍니다. 아이로서 다가갑니다. 아이로서 시가 됩니다. 아이로서 공감합니다. 아주 작은 기억부터 저는 시작됩니다. 바깥의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당신이 초대되는 순간을 기다립니다.



제20회 월하전국백일장 심사평

                                
                                   金文柱(문학평론가, 영남대 교수)


스무 해를 맞이한 월하전국백일장에 올해도 적잖은 작품이 응모되었다. 초등학생부터 성년에 이르기까지 많은 분들이 감각의 주체로서 자신의 정념을 시로서 형상화해주었다. 말이 글로 옮겨 앉는, 가장 높은 수준에 자리하고 있는 시는 우리의 삶의 경험을 언어-현실로서 그려낸다. 그것은 삶에서 온 것이지만 삶과는 다른 차원의 세계를 우리에게 체험하게 한다. 그 과정은 生을 구성하는 삶의 다양한 내용들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언어란 무엇인지를 재삼 생각게 한다. 호모 로쿠엔스(Homo loquens/언어적 인간), 언어로서 다른 존재들과 구분되는 인간의 본질을 시는 다기(多岐)한 방식으로 그려내고, 우리는 시를 통해 또 다른 生을 살게 되는 것이다.
특별한 주제의 제한이 없었던 이번 백일장에는 다양한 내용과 수준의 작품이 접수되었다. 초등부, 중등부, 고등부, 그리고 대학/일반부 등 네 개의 모둠으로 진행된 예심을 통해 올라온 작품들에는 다양한 일상의 생활감정들이 그려져 있었지만, 최근의 팬데믹과 관련된 경험들이 거의 없었다는 점은 다소 의외였다. 전체적으로 고등부에 투고된 작품들이 가장 치열한 창작의식을 보여주었는데, 그것은 아마도 문학 분야로 진학을 계획하고 있는 학생들의 투고가 많았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생각해보면 시를 공부하는 것은 삶의 경험-체적을 높이는 일과 다르지 않아서 문학의 쓸모를 거듭 확인시켜주는 계기이기도 했다.
초등부 대상작으로 선정된 이온유의 「엄마」는 초등학생의 것으로 생각되지 않는, 이른바 ‘모성적 상상력’에 기초하여 밤의 천상 세계를 하나의 치유의 공간으로 바꾸어냄으로써 밤하늘을 여러 감정들이 살아 숨쉬는 웅숭깊은 곳으로 경험하게 한다. 짧지만 아름답고 경이로운 작품이다. 박정은의 「수박씨 하나」는 수박의 작고 까만 씨가 불러일으키는 상상력이 간명한 언어로 표현된 작품이다. 수박씨에서 개미로 이어지는 상상력이 매력적이다.
중등부 대상작인 김도윤의 「어머니」는 자연사물에서 어머니의 형상을 읽어내고 이를 견고한 언어와 형식으로 안침으로써 세계를 자신의 정념으로 바꾸어놓는 시적 역능(力能)을 잘 보여준다. 금상작으로 선정된 정해린의 「정류장」은 사람을 향한 그리움과 이별 등의 감정을 정류장의 형상과 결합함으로써 시인의 정서를 구체화하는 데 성공한 사례이다.
가장 치열한 경합을 벌였던 고등부에는 상당한 습작 경험이 엿보이는 선수(!)들의 작품이 적잖아서 수상작을 선정하는 데 고심하였다. 대상작으로 선정된 강난영의 「장마의 발목」은 여름 장마의 풍경과 내면 현실을 균형감 있게 상호 틈입시키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집중력이 뛰어난 작품이다. 넘치지 않으면서 끝까지 표현해내는 힘은 결국에는 삶-체험의 진실에서 오는 것일 터이다. 「장마의 발목」 외의 투고작도 고른 수준을 보여주었지만 무엇보다 말하고자 하는 내면의 밑천이 큰 시적 자산으로 떠받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김윤지의 「十」은 언어와 상상력을 운용하고 배치하는 능력이 발군인 작품이다. ‘시월’과 ‘세월’에 속한 여러 내용들이 장력 있는 언어 속에 잘 들어앉음으로써 ‘세월’의 경험을 새롭게 사유하게 해준다. 일정한 수준을 갖춘 투고자들의 여러 작품이 눈에 들어왔지만, 중요한 것은 언어를 다루는 학습된 능력보다 세계를 자신의 것으로 수렴하는 자기-사유와 감각의 힘일 것이다.  
대학/일반부의 대상작으로 선정된 이준수의 「메타버스」는 삶-현실을 최근에 화제가 되고 있는 메타버스, 이른바 ‘확장가상세계’로 형상화함으로써 지금-이곳의 생을 새롭게 경험하게 한다. 이 시적 현실을 통해 우리는 실제와 가상이 지워지고 있는 우리 시대의 생체험을 생생하게 살게 된다. 금상작인 김도경의 「모래가 모르는 사건」는 존재의 안과 밖, 망각과 시간의 문제를 점착성 있는 개성적인 언술로 그려낸 작품이다. 투고작을 통해 보여준 것보다 잠재력이 큰 작가로 생각된다.  
스무 해를 맞이한 월하전국백일장에 투고한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수상자들에게 진심으로 축하의 말씀을 드린다. 시(글쓰기)를 통해 현실보다 멀리 나아가길, 그래서 그대들의 생-경험이 더욱 깊어지고 다채로워질 바란다.
                             




No
Subject
Name
Date
Hit
   제20회 월하전국백일장 수상작, 수상소감, 심사평 김달진문학관 2021/09/17  147
208    제26회 김달진문학제 안내 김달진문학관 2021/09/15  117
207    제26회 김달진문학제 기념, 제20회 월하전국백일장 수상자 명단 김달진문학관 2021/09/01  437
206    김달진문학관 휴관 안내 김달진문학관 2021/08/05  91
205     2021년 문학관 상주작가 지원사업 "시야, 놀자!" 찾아가는 시인... 김달진문학관 2021/08/03  88
204    2021년 문학관 상주작가 지원사업 "시야, 놀자!" 찾아가는 시인,... 김달진문학관 2021/06/22  155
203    제26회 김달진문학제 기념, 제20회 월하전국백일장 공모 심사 김달진문학관 2021/05/31  1336
202    제17회 김달진창원문학상 공모 및 심사 김달진문학관 2021/05/31  1304
201    2021년 봄 시낭송·시노래 음악콘서트 김달진문학관 2021/05/26  139
200    2021 어린이 작가 꿈다락 교실 1기 무료 수강생 모집 김달진문학관 2021/05/04  233
199    김달진문학관 상주작가 채용 공고 김달진문학관 2021/02/19  279
198    김달진문학관 및 생가 휴관 안내 김달진문학관 2021/02/19  204
197    2020 문학관 상주작가 지원사업 "시야, 놀자!" 찾아가는 시인, ... 김달진문학관 2020/10/14  329
196    제25회 김달진문학제 행사 안내 김달진문학관 2020/09/01  481
195    제19회 월하전국백일장 수상작, 수상소감, 심사평 김달진문학관 2020/09/01  717
194    김달진문학관 및 생가 휴관 안내 김달진문학관 2020/08/21  334
193    제25회 김달진문학제 기념, 제19회 월하전국백일장 수상자 명단 김달진문학관 2020/08/20  836
192    2020 <지역문학관 소장 유물 체계화 사업>지원 인력 채... 김달진문학관 2020/07/29  347
191    2020 문학관 상주작가 지원사업 "시야, 놀자!" 찾아가는 시인, ... 김달진문학관 2020/07/21  325
190    제25회 김달진문학제 기념, 제19회 월하전국백일장 공모 심사 김달진문학관 2020/07/12  835
1 [2][3][4][5][6][7][8][9][10]..[11] Next
Copyright 1999-2021 Zeroboard / skin by lifesay / Niwmedia U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