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달진문학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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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김달진문학관
Subject   제22회 김달진문학제 기념, 제16회 월하전국백일장 수상작
제22회 김달진문학제 기념, 제16회 월하전국백일장 수상작

<초등학교부>

얼굴                                         웅동초등학교 6학년 권나영
(대상)                                        

엄마의
얼굴에 있는
반짝이는
우물 두 개

언제나
엄마의 우물엔
따뜻한 마음이
고여 있다

오늘도 흐르는
엄마의
우물 옆에
언제 생겼는지 모를
길들이 나 있다

그리고 그 길로는
세월들이
조용히
흘러가고 있다

생겨나는 길을
막으려
엄마의 길을
아무리 만져 봐도

세월들은
여전히 날 피해
조용히
걸어간다


할머니 얼굴                                   풍호초등학교 6학년 김서현
(금상)                                        


할머니 얼굴에는
주름 지렁이들이 있다
기분 좋을 땐 지렁이 세 마리
그저 그럴 땐 지렁이 네 마리
힘들 땐 지렁이 다섯 마리

우리가 할머니 댁에 가면
기분이 좋아져서 지렁이 세 마리

편찮으시거나 청소하느라 힘드실 땐
피곤하셔서 지렁이가 다섯 마리

아무 일도 없고 힘들지도 않아
TV 보실 땐 지렁이 네 마리

할머니 댁에 자주 놀러가서
할머니 기쁘게 해드려서
할머니 얼굴에 있는 지렁이를
하나씩, 하나씩 빼드리고 싶다



얼굴                                          전안초등학교 4학년 구은유
(은상)                                          

우리가족 얼굴 다 모여라
아빠얼굴은 잘 때 엄청 웃긴 얼굴이지
얼굴에는 주름이 자글자글 모여 있고 삐죽삐죽한 수염에
다가 코가 돼지 코처럼 되지

엄마얼굴은 일 할 때 정말 바쁜 얼굴이지
눈은 엄청 크고 코는 오똑하고 입은 웃는 얼굴이야

언니얼굴은 화장할 때 제일 예쁜 얼굴이야
입은 웃고 눈은 엄청 집중하고 있어

그걸 보는 내 얼굴은
입가에 미소가 번져

우리가족 얼굴은 제각이야



얼굴                                        풍호초등학교 2학년 장현성  
(은상)

얼굴은 호수다
눈은 돌
코는 흙
입은 물고기
인 것 같다



얼굴                                          장천초등학교 6학년 박시언
(동상)    

그곳의
모든 것을
소리 없이 담아내고

그곳의
모든 것을
소리 없이 기억하며

그곳의
모든 것을
소리 없이 옹알댄다

시간이 흘러도
지워지지 않는

기억의 흔적

모든 것을
기억해내는

얼굴은
기억의 사진관



얼굴                                           풍호초등학교 4학년 장현서  
(동상)       
                                  
내 얼굴은 축구장이야
내 얼굴에는 4명의 선수들이
뛰고 있어

첫 번째 선수는 눈이야
두 번째 선수는 코
세 번째 선수는 입
네 번째 선수는 눈꼽이야

어? 뭐지?
갑자기 경기자 중단 됐어
입이 부상을 입었어

갑자기 사람들이
조용해 졌어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아
내 얼굴은 갑자기
빨개져

어서 도망가고
싶어

그런데 사람들은
다 나가고 말아

내 얼굴의 선수들도
집에 가서 눈을 감아



얼굴                                         웅남초등학교 5학년 권성호  
(동상)

나팔이 큰 악기
살 국수면 4개가 정교하게 나란히 놓인 악기
작은 나팔에 버턴을 눌러 소리를 조절하는 악기
뻥튀기 나오는 소리의 막대기로 두드리는 악기
긴 쇠막대기 밖에 버턴을 눌러 바람소리 나는 악기

남의 비밀을 열어 퍼트리는 악기
나쁜 소리를 내는 악기
유언비어를 퍼트리는 악기
얼굴에 친구들의 화, 슬픔이 가득 찬 얼굴

좋은 점은 칭찬해주고 나쁜 점은 지적해주는 악기
깨끗한 소리만 내는 악기
비밀을 잠궈 주는 악기
얼굴에 친구들의 웃음, 기쁨이 가득찬 얼굴

악기중 최고의 악기는 좋은 얼굴이다
노래를 부르는 악기는 웃음에 찬 악기가 있고
슬픔에 잠긴 악기는 눈물이 떨어져 있다



얼굴                                        대암초등학교 2학년 김준서  
(동상)

사과 같은 내 얼굴
사과와 얼굴은 비슷하다

내 얼굴이 맞을 때는 게임에서 질 때

사과가 맞을 때는 잘 익었을 때

얼굴보다는 사과가 훨씬 더 아프다

왜냐하면 나는 땡콩
사과는 여러 가지 벌레에게 맞아서다



얼굴                                        팔룡초등학교 6학년 장훈서    
(동상)

색, 모양이 다양한 석
색 물들이지 않아도
모양 만들지 않아도

모두가 다르게 나오는 것
얼굴, 동글동글 사과
애벌레가 갉아먹은 곳은 눈
위에 꼭다리는 머리카락
매끈한 껍질은 피부
사과 같은 내 얼굴

세모난 지우개
쓰면 쓸수록 매끈해진다
내 얼굴 살도 빼면 뺄수록
V라인 지우개 똥은 머리카락
내 얼굴 나이가 들면 들수록 빠지는
머리카락 늙을수록 하얗게 변하는
머리카락 지우개 같은 내 얼굴

우리 얼굴은 모든 될 수 있는
변신 마술사, 사과 호박, 지우개
신기하고 신기한 우리들 얼굴



<중등학교부>
소금                                    마산무학여자중학교 2학년 이은지
(대상)
                            

이리저리
만지작만지작
할머니의
자주 빛 금반지

무슨 보물이라도 될까?
어루만지는
얼룩진 손길

다정스런
표정은 못해도
새록새록
알뜰한 정 나누고

쉰 해를 함께한
긴 여정이
묻어있네

지나가보니
길지도
짧지도 않았던
할머니의 시간

지그시
먼 산을 바라보는
할머니의 눈에 비치는
하얀 소금기

파란 바닷물도
덮어버릴
할머니의 소금은
짜기도 짜다



소금                                            용원중학교 2학년 김유정
(금상)
                            
나는야 네 마음
언제 어디서나
뚝 흐르네

네가 우울할 때
너의 우울함 때문인지
눈물로 떨어지는 나

뚝 뚝
책상으로 굴러 떨어졌는지
내입으로 흘러갔는지
짠맛이 나네.

스르르륵
녹아 버린 나는
네 엄마의 사랑 덕분인지

바르르
증발 되어

훨 훨
날아 올라

뚜두둑 뚜두둑
아팠던 네 마음을
한줄기 소나기로 녹아 버리네

언제나 흐르는
너의 마음



소금                                            봉곡중학교 1학년 김은란  
(은상)

소금이 눈이 된다면
눈처럼 새하얀 길을 우리에게 주며
눈처럼 순수하게 우리를 반겨주겠지

하지만 그 길의 맛은 다를 거야
내 코와 입에는 바다가 스쳐가며
겨울과 여름을 동시에 즐길 수 도 있겠지

하지만 마음만큼은 같을 거야
아직 더러워지지 않는
순수한 하얀 마음을 우리에게 주었으니까

그 우리에게 준 길을 걸으면
그 짭조름한 하얀 마음
너도나도 가지고 싶어 하겠지



소금                                        창원안남중학교 1학년 이가희  
(은상)

넓디넓은 바다
무리 속 평범한 나는

어느 날
넓은 세상을 벗어나
친구들과 헤어져 분리되던 날

한 여름 뜨거운 태양별을 온몸으로
견뎌내고 무수한 시간 인내와 고뇌로
완성된 하아얀 결정체

세상 빛이 되어
세계 곳곳을 누비며
어디가든 환영받는 없어서는 안될
다이아몬드보다 소중한 나



소금                                            석동중학교 2학년 주수연  
(동상)

오늘은 아침부터 생선 손질,
햇빛 쨍한 점심엔 생선구이,
달이 둥실 저녁엔 나물반찬
오늘도 쉼 없이
손에 짠 내를 묻히시는
할머니, 우리 할머니.

봄에는 나물 손질,
여름엔 과일손질,
가을에는 제사 준비에
겨울에는 김장김치,
사계절 내리
우리 할머니 손에서는
짠 내가 끊이지 않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곱고 비싼 소금
세상에서 제일 고맙고 미안한 소금
우리 할머니의 소금



없어서는 안 될 보물                             봉곡중학교 1학년 홍주원
(동상)

나는 바다 속에 숨어 있어요
남들의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말이죠

어두운 바다 속에 꼭꼭 숨어 있으면
쓸모없어 보이는 것 같아

하지만 신기하게도
사람들은 바닷물 속의
나를 찾지요

나를 햇볕 아래 놓고
흐뭇한 미소를 짓기도 하고

긴 여정을 통해
여러 곳에 가서
여러 역할을 하지요

날 보는 모든 사람은
이렇게 말해요
“너는 없어서는 안 될 보물이야”



소금                                         안골포중학교 2학년 하성은  (동상)

15살
마음이 어지러웠다

또 15살
필요했다

소금처럼 아주 작지만
행복을 주는 사람

소금처럼 꼭 있어야 하는

나에게 필요한
그런 친구

바람결에 오는
기쁜 소식 같은

그런 친구가 와주기를



노란리본                                        안남중학교 2학년 추서현  
(동상)

눈물에 스며든 소금은
아득하게도 저린 소금기를 자아내
떠나가는 이 앞길을 부여잡습니다.

잘 가라 보내줍니다.
흐느낌 소리와 불협화음을 내며
방울져 떨러집니다.

눈길에 스며든 소금은
아련하게도 저린 소금기로 적셔놔
떠나가는 앞길을 열어줍니다.

가지 말라 잡아봅니다.
가득찬 미련으로 녹아내며
천천히 흘러내립니다.



소금                                        진해여자중학교 1학년 안민혜  
(동상)

아침에 눈을 떠
창밖을 보면 바다가 보인다.

저 바다는 무슨 생각을 하
어디로 갈까

바다는 하늘이 좋아
바람과 함께 춤추며
하늘로 가버렸다.

바다가 그리워 바라보니
변하지 않는 바다는
여전히 그대로다

하지만 바다는 나를 위해
소금을 남겼나보다


<고등학교부>

이끼
(대상)
                             진해고등학교 3학년 이충기

곰팡이 꽃이 피기 시작한 집 앞 골목
해가 저물고 검은 빛이 올라올 때마다
엄마는 황급히 불빛을 꺼두었다 반면
검은 정장의 사내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문에다 귀를 갖다 댔다 여기서
가장 낮은 숨소리라도 달팽이관을 자극시키면
침묵을 수행하는 스님이 되어
집 앞을 가로막는 포획망도 될 것이다
손을 내밀고 가져간 만큼
건네주지 않는 지폐의 단위는
밤마다 더위를 던져 주는 열대야가 되어
그 속에 엄마와 나는
대화 없는 협박에 무조건 시달렸다
그래서 밤이 오면,
밖에서 말할 수 없는 집안사정이 누설되는 걸까
골목 끝에서 어둠이 쏟아 내린
발과 발들이 사라질수록
나는 예쁘게 피어진 꽃 하나를 꺾어냈지만
언제까지 냈는지 까마득한 장기 미납된 고지서처럼
집안의 뼈대는 흐물흐물해지고
줄기는 땅속으로 급격히 추락했다
푸석푸석한 잎들로 대신 장식된
우리 집은 온기를 잃지 않은 집과 집들 사이로
빚만 쌓여간 이끼였다



이름에 대한 기억, 이끼                     안양예술고등학교 1학년 안민아
(금상)
                              


너는 알고 있을까
내가 초록을 두 번 덧칠했다는 걸

스케치북 속에는 이미
이름 없는 둘레 길을 거닐며
어딘가로부터 조금씩 차오르는
햇살의 이치를 헤아려가고 있었지
그림자가 드리우는 저녁하늘 아래에는
아무렇게나 굴러다니고 있는
조약돌들 사이에서 음계가 태어나고 있었지
나는 조약돌 하나를 코에다 슬며시 갖다대고는
킁킁거리기 시작 했어
콧구멍으로부터 스며드는 냄새는
어느새 이마 위로 옮아갔어
푸르고 미지근한 그 냄새가 온몸을 떠돌아다녔지
아직도 나는
알 수 없는 그 기억을 잊을 수가 없어

나중에 되서야
그 음계의 이름이 이끼라는 걸 알았지

나는 초록을 한 번 더 덧칠했어




초록색 급수                               마산제일고등학교 2학년 김기영
(은상)

덥다.
나무 그늘 하나 없고,
그렇다고 비도 안 오고,
숨이 턱 막힌다.

주말이 되어서야
학교에서 돌아온 나
집에 오자마자, 늘 그렇듯,
마당에 물을 뿌린다.

집에 올 때마다
주변이 바뀌어 있다.
허름한 건물은 무너진다.
아무것도 없는 공터에는
건설장비만 덩그러니 놓여있다.

정신을 차리니
마당 한쪽 구석이
녹색으로 물들었다.

그녀석이 숨을 내쉬며
`나도 아직 살아있어` 라는 듯
생기를 뿜으며
`힘들면 조금 쉬어도 괜찮아`라고

정신을 차리니
그녀석이 나에게 선물을 주었다.
나도 숨을 내쉬게 되었다.

공터에서도 그녀석이 있었다.
어느새 내 마음에도
자리 잡은 그 녀석
늘 그 자리에서
나를 움직이는 녹색의 그 녀석

나는 오늘도 늘 그렇듯,
마당에 물을 뿌린다.  



이끼                                      진해용원고등학교 1학년 백지윤
(은상)

너무나도 푸른 하늘을 보고는
하늘빛을 닮고 싶어졌다.

온 몸을 시리도록 푸르른 시내에 담근 채
얼굴만을 쳐들어 하늘을 보았다.
내내 그렇게 있었다.
몸 구석구석이 부르트고 아팠다.
그 어떤 색을 닮고자 했을 때 보다

그러나 고통에 못 이겨 뭍으로 나왔을 때
내 몸은 그대로 살색이었고,
나는 하늘을 닮지 못했다

시내 대신 절망에 빠져 내 몸을 보았다.
설핏 푸름이 비쳤다.
내 고통과 ㅎ마께 피어난 이끼에서
짙은 하늘의 푸르름이 배여 나왔다.

이끼는 하늘의 푸름을 먹고 자랐고
나는 내 몸에 비로소 하늘을 닮았다.
내 마음속으로도 이끼는 퍼져나갔고
나는 온전히 하늘이 되었다.



이끼는 기다린다                               진해고등학교 2학년 설수민  
(동상)  

그늘진 나무 숲 아래
홀로 무언의 노래를 하는
작은 이끼하나

홀로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만 같다
그늘진 나무 숲 아래
홀로 쓸쓸히…

그 그늘 안의 어둠이
이끼를 덮고
밝은 빛은 그를 외면하듯
한 점 하나 주지 않는다.

하지만,
그 이끼가 비추는
푸른 빛깔이 어두워 보이지 않는다.

힘들다고 지친다고
울먹이라고 더 슬퍼하라고
네까짓 게 무엇을 할 수 있냐고

의문이 가는 나는
이끼에게 묻는다

이끼는 오늘도 무언의 말을 하고 있다.

태양을 바라보았다.
그 태양은 천하의
모든 꿈을 비추고 있다.

그런데
그 말은 거짓이더라
그 태양도
그 잘난 태양도
비추지 못하는 꿈이 있다.

부질없고 나약해 보이는
하지만 희망차기에
더욱 슬퍼 보이는 이끼는
오늘도 무언의 노래를 하며
태양을 기다린다



나는 괜찮단다                                진해고등학교 2학년 하지성
(동상)

그늘진 바위 위
옹기종기 모인
이기 한덩어리
사람들의 발에
여기저기 밟히고 채이며
뭉개진 그 이끼 사이에서도

꿈틀꿈틀
새로 기지개를 펴고 일어나는
작은 이끼들이 있다

이끼야
너를 밟고 미끄러진 사람들이
너를 손가락질하며 욕할지라도

나는 괜찮단다
너는 나에게
새로운 희망을 심어준
아름다운 존재이니까



이끼                                      진해여자고등학교 1학년 장문경
(동상)

씨앗을 하나 던져
잘 키워보겠다 다짐하고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결국, 피지 않을 꽃에
우리는 지쳐버렸다.

그러고 그러고 깨달았다.
꽃은 피지 못했지만
옆에 자라난 바닥을 덮은 이끼가
나를 위로한 것을

사랑받던 꽃은
세상의 모진 것들로
상처 받고 작아져
이끼로 대신해 피어올랐다.

우리 모두는 이끼로 살아가며
꽃을 꿈꾼다.
  


저 이끼를 봐라                            마산제일고등학교 2학년 강기훈  
(동상)

저 이끼를 봐라
축축하고 그늘진 음지에서 태어나
불평 없이 자라나는 이끼를

저 이끼를 봐라
빛도 닿지 않고 물이 많이 없어도
버텨내고 자라나는 이끼를

우리자신을 봐라
낳아주신 부모님께 출신을 탓하며
불만을 토로하는 우리를

우리 자신을 봐라
부족하지 않음에도 재물을 탐하며
인생을 불행하게 살아가는 우리를

저 이끼를 보고
우리자신을 봐라
부끄럽지 않은지



이끼                                         함안고등학교 2학년 안수경 
(동상)

바위에 이끼가 끼는 것처럼
죽은 나무에 이끼가 끼는 것처럼
내 몸에도 이끼가 끼어간다

어둠과 습기가 나를 잠식해가면
그 끔찍한 초록색-역겨운 초록색이
마치 들불처럼 격정적이게 번져서 나를 몰아세운다

움직이지 않는 몸을 숙주삼아
이끼는 자라난다 축축하게 자라난다
아아, 숙주는 가련한 동충하초처럼 바싹 말라버리고
한 줌의 잿가루가 되어 곧 아무것도 아니게 된다.
그러면 그 역겨운 초록색-나를 살해한 이끼는 어디로 갔나
그 또는 그녀는 또 다른 숙주를 향해 떠나갔다네
불안과 공포에 뒤덮혀 딱딱히 굳어버린 숙주를 찾아서
어둠과 습기를 타고 은밀하게 스며들어 증식해가고 있다네


<대학·일반부>

저울                                                          정세진
(대상)                                                              


미처 몰랐다

까마득히 높던 하늘을 마주하며
짙은 한숨을 꺼질 듯이 뱉던 그때
내려앉을 듯 무겁게 얽힌 구름아래
가당치도 않을 희망을 꿈꾸어 볼 때

걸음걸음 자리마다
마주치던 순간들 마다
도무지 매듭지을 수 없게 하던
무게들의 이유를

온전히 내려앉고 싶었지만 앉을 수 없고
허공에 올려 내 것이 아닌 듯 올릴 수 없던
끝없이 나를 흔들어 대던
그래, 그 균형과 중심이란 두려움

숨이 멎는 그 순간들 까지도
어쩌면 도무지 피해갈 수 없을 만큼
그리 빼곡히 구석구석 숨어 있는
수많은 저울들이란…

끝없이 오르내리며
채우고 또 비우며
그 되돌이 속에서 지쳐만 가는
나를 그리 바라보고 있다가

그래,

이제 그만 난 차라리
못내 치우쳐 가만히만 있고 싶어져 버렸다


저울                                                            오미정
(금상)
                                        


제일 무서운 건
바로 저울이지
두근두근 바늘이 움직이면
숨을 참으며 슬며시 올라가
재어보면 고개 숙이게 만드는
무서운 아이!

하루하루 두근거리며
올라가서 나를 실망시키는
이 아이를 버릴 수도 없다.

오늘도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또 내 저울 위로 한 발짝
발을 올려본다.

내년에는 웃는 얼굴로
이 아이와 만나고 싶다.

나를 자신감으로 되찾고 싶은
그날까지 열심히 이 아이와
다시 만나갈 기약하며…

오늘도 무거운 마음으로
이 아이를 만나다.
  


저울                                                            김하연
(은상)

우리네 인생이란 뭐라고 할 수 있나
남들과 다른 방향 아니라고 할 소리냐
똑같은 잣대로 아닌 나만의 나침반에

뿌리 채 흔들리고 한숨 석힌 일이라도
가야할 길 찾아가며 꿋꿋이 일어나리
오로지 삶의 무게만큼 짊어지면 그만인 걸



저울                                                          김한진
(은상)    

내게도 바늘이 있어
때때로 잴 수 있었으면…
잠인지, 노력인지
일인지, 가족인지
돈인지, 사람인지

내게도 바늘이 있어
때때로 잴 수 있었으면…
꿈인지, 성공인지
선인지, 편함인지
삶인지, 죽음인지

내게도 바늘이 있어
때때로 가리켜 주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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