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달진문학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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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박미경
Subject   시詩 뭐꼬를 보고나서
나이가 들면서 나쁜 습관이 하나 들었다. 어떤 일을 하거나 보기도 전에 미리 머리로 해버리곤 몸은 그냥 그 자리에 두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을 만나는 일도 공연을 보러 가는 일도 점점 줄어들고 심지어 나들이조차 귀찮은 생각을 먼저 앞세우고는 몸이 게을러지고 만다.
그러다가 벼락같은 기쁨을 만나면 세상이 우연 속에 내게 주는 그 많은 고마움을 내가 찾지 않아 놓치구나 하고 반성을 한다.
김달진문학제의 행사로 시극공연을 하였다. ‘시詩 뭐꼬?’
내가 이 행사와 연관이 없었다면 보러 갔을까, 자신이 없다. 내가 머릿속에 그리고 있었던 공연은 그동안 내가 보았던 많은 공연 중의 하나였고 단지 시극이라고 하니까 시가 중심이 되어 대사가 이루어지리라는 짐작 정도였다. 나는 운이 좋았던 것이다.
공연이 시작되자마자 내 머릿속은 깨끗이 비워졌다. 줄거리를 미리 알고 있었지만 공연의 구성에 대해선 전혀 알지 못했기에 더욱 그랬다.
처음 몸짓(무용)으로 극이 시작하였다. 나는 일상에서 떠나와 그 무대의 세계로 걸어 들어갔다. 드라마, 노래, 춤, 그리고 시들이 어우러져 극을 이어나가는데 1시간 10분의 시간이란 그곳에 존재하지 않았다.      
공연을 누가 기획하고 누가 극본을 쓰고 누가 감독을 하고 누가 연기를 했는가는 내겐 의미가 없다. 중요한 건 이 작품이 태어난 것이고 이런 공연이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이 극에 대한 나만의 감동은 따로 두고 여기서는 두 가지를 이야기하고 싶다. 첫째는 내용이다. 월하선생 탄생 100주년 기념시극이니 만큼 월하선생의 시정신과 닿아있다. 그런데 월하선생의 시정신이 무엇이던가. 그 정신대로라면 이미 이 극 속에는 선생의 이름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월하선생의 정신을 물줄기의 물처럼 이어오는 것이지 지나간 물을 퍼오는 것이 아니다. 바로 이 극의 의미는 여기에 있다고 보았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절실한, 많은 이들이 깨닫지 못하는 채 목말라 가고 있는 이 세상을 위해 내리는 비와 같은 것이다.  
문학이 죽었다고 한다. 죽었다는 것은 우리가 그것에 의미를 두지 않거나 가치를 매기지 않는 것이다. 왜 문학이 죽었다고 할까. 그건 누구에 의해서인가. 이런 거창한 질문이 우리 삶에 있지 않다면 질문의 의미도 없어진다.
사람들이 행복을 찾는 조건이 바뀌면서 불행한 사람들이 많아졌다. 아름다운 별이라는 지구를 지구 위에서 바라보면 전혀 아름답지 않은 풍경이다. 자본이 마구 돌아다니면서 사람살이의 기준을 하나로 정해서 줄 세우기를 끊임없이 하고 그 줄에서 벗어난 자들은 모두 소외되고 있다. 이렇게 거창한 이야기 속에 내가, 우리 이웃이 들어있다. 스스로 폭력을 만들고 그 폭력을 휘두르면서 또 스스로 상처 받고 아파한다.
왜 사람들은 자신을 불행하게 내버려두는 것일까. 우리는 생활에서 벗어나서 살 수 없다. 그러면서 또 생활 속에 빠져서 허우적대는 것은 어리석다. 우리 동네 놀이터에는 비비추와  쑥부쟁이가 피어있다. 그 꽃들은 꽃들끼리 산다. 아이들이 놀이터에 놀러 와도 쳐다봐 주지 않는다. 심지어 있는지조차 모른다. 비가 오는 날 풀잎에 빗방울이 맺혀있을 때 보석보다 아름답지만 그건 보석이 아니기에 사람들이 바라보지 않는다. 심지어 아이들에겐 자연은 관찰하는 것이지 바라보는 것이 아니다. 사람은 자연이다. 자연이면서 자연에서 스스로 소외되어간다. 밥 먹지 말라는 것이 아니고 속세를 떠나라는 것이 아니다. ‘밥 먹고 회사가고 회식하는’ 되풀이되는 일상에서도 나는 역사 위에 있는 것이다. 인간이 만든 역사. 사람의 일생이 백년 안이지만 이미 시작은 태고적부터 시작된 것이고 끝은 아무도 알 수 없는 것이다. 그 역사의 연장 위에 있음을 우리는 잊어버리며 살고 그러면서 광고가 만들고 장사꾼이 만드는 이미지와 메시지 속에서 자신의 행복지수를 결정하고 만다.
내 삶이 인류의 삶 위에 있는 것이며 내가 바로 자연의 일부분인 것이다. 나의 어떤 시간에도 하늘과 바람과 별은 낭만이 아니라 바로 삶인 것이다. 길가 작은 풀에게 눈길을 주는 순간 그 풀은 내 삶에 들어오고 그만큼의 내 세계가 넓어지는 것이다. 벼꽃을 본 적이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내가 매일 먹는 밥이 되는 벼의 꽃이지만 우리는 실체를 마치 허상으로 구분하면서 그것을 낭만이란 이름으로 매겨 버린다. 그것이 우리를 가난하게 만드는 것이다. 돈으로 환산되는 것만이 실체가 되어버린 세상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열등할 수밖에 없는 것이고 그 열등감은 바로 자신을 불행하다고 착각하게 만든다.
우리가 자연인 것은 꽃과 풀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삶의 가치가 어디서 시작하느냐 하는 것이다. 내 몸 안의 똥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내 똥은 오물이 되기도 하고 밥이 되기도 한 것이다.
극 중에서 우리 관객들은 외쳤다.
‘우리는 벌레다.’    
우리는 벌레다. 고인 물 속 해금 속에 꼬물거리는 빨간 실낱 같은 벌레와 우리는 같은 존재임을 깨닫는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쉬운 일이 아니기에 우리에게 깨달음이 필요한 것이다. 벌레가 미물이라,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다. 인간중심적 사고로 보기 시작하면 끝없이 누군가는 미물이 되어야 하고 누군가는 만물의 영장이 되고 만다. 내가 벌레이면 바로 내가 우주인 것이다.
이 극은 지금 우리가 우리 자신에게 물어야 할 질문을 하고 답을 하게 한다.이런 평범하지 않은 생각을 무엇을 통해 깨달을 수 있을까. 감동은 사람을 변화시킨다. 머리로 읽은 책은 책을 덮으면 머리에 남는 것이고 가슴으로 읽은 책은 책을 덮으면 가슴에 남는다. 영상미디어가 아니어서 더욱 감동적이었다. 사람들의 몸짓, 목소리를 그대로 들으면서 쿵쿵 걸어오는 감동의 발자국이 또 하나의 힘으로 나를 키우리라.  
이 공연 자체가 탈속과 세속의 경계를 허물었다. 재미가 없거나 어려우면 사람들이 보지 않는다. 세속의 언어와 탈속의 언어가 만나서 만들어진 극이다. 시가 극 속에서 이렇게 전달될 수 있음을 보여준 첫 공연이라 생각한다.
누군가 시작해야 할 것을 시작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산다와 죽는다는 것이 사람의 살이에서는 사람의 입에 회자되느냐와 사람이 그것을 원하느냐 하는 것에 따라 결정된다. 아무리 귀한 것이라도 아끼면 죽어버리는 것이 있다. 아끼지 말고 이야기하자. 극 내용에 대한 더 자세한 가치는 다른 이들이 말해주리라 믿는다. 내 부족함을 알면서도 이 글을 쓰는 것은 다른 이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열망의 한 부분이다.

                 2007. 9. 15  박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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