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의 뿌리는 언제나 현실이다. 그리고 그 현실은 구체적인 삶들로 이루어져있다. 지역문학의 경우라면 그 지역의 역사와 지역 특유의 개성과 관련된 문제일 것이다. 그러나 이 말은 지역문학의 임무가 지역 문제만을 다루는 데서 끝남을 의미하지 않는다.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한 지역의 문제는 그 지역만의 문제로 그치기는커녕 그 문제를 구성하는 요소, 구조와 기능면에서 다른 지역과 상호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

따라서 지역문학의 임무는 지역이 처한 문제를 열린 시각으로 주시하며 그 구체적인 관계를 보편적인 시각에서 헤아리는 데 있는 것이다. 이것은 인간의 삶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들 사이의 구체적인 관계를 보편적인 시각으로 주목하여 그 결과를 지역의 일상적인 삶의 지평으로 확대시키는 것을 뜻한다. 궁극적으로 지역문화의 바람직한 몫은 여기서 찾아져야 한다. 편협한 지역주의를 경계하고, 건전한 애향심에 기초한 지역문학의 고유성과 독자성을 일반 문학적 차원으로 확대, 실천하는 일은 지역문학이 맡아야 할 당연한 몫이다.

이런 관점에서 일찍이 이 지역에 토대를 두면서도 보편적인 문제의식을 갖고 한국 문학사에 뚜렷한 자취를 남긴 월하(月下) 김달진 시인의 삶과 그의 문학세계는 훌륭한 본보기가 된다. 우리는 선배 시인의 고도한 정신주의와 불교문학적 세계를 기리고, 전국의 문인들을 초청하여 이 지역의 새로운 세대들에게 문학적 자극을 부여하는 뜻깊은 예술 행사를 만들고자한다. 선생의 시비가 건립된 진해에서 매년 10월마다 펼쳐질 <김달진문학제>가 바로 그것이다.

<김달진문학제>는 김달진 시인의 문학적 세계를 매개로 지역문학의 뿌리를 찾고, 젊은 문인들의 용기를 끌어내어 창작 분위기를 쇄신시킴과 더불어 활발한 문학 연구 활동과 비평 작업의 활성화로 잇는 가교역할을 할 것이다. 특히, 전야제, 도서전시회, 백일장, 문학심포지엄, 생가방문 등으로 이어지는 이번 행사는 지역문학은 물론이고, 우리 문학의 토양을 살찌우는 특색있는 문화 행사가 될 것이다.

 

1996년 10월

김달진문학제전위원회